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미움받을 용기』

soosound 2015. 7. 17. 18:11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김정운 씨가 감수와 추천의 말을 쓴 것을 보고 별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요새 제목처럼 미움받고 살고 있으므로 책을 집어 들었다. 책 표지에 뽑아 놓은 위와 같은 문구를 되새기며.


1. 첫 번째 밤 - 트라우마를 부정하라


"인간은 과거의 원인에 영향을 받아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목적을 향해 움직인다."(목적론)


"왜 그리 서두르나? 답이란 남에게서 얻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구하는 것이라네."


"그리스어로 선을 뜻하는 '아가톤(agathon)'이란 단어에는 도덕적 의미 외에도 '득이 된다'라는 의미도 있네. 반면 '악'을 뜻하는 '카콘(kakaon)'이란 단어에는 '득이 되지 않는다'라는 의미가 있고."


"플라톤의 『대화편』을 읽어보길 바라네.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은 깜짝 놀랄 정도로 격의 없이 소크라테스와 대화를 나눈다네. 본디 그것이 대화의 참 모습인지도 몰라."



2. 두 번째 밤 -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고민은 죄다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고민이다." 이는 아들러 심리학의 근저에 흐르는 개념일세. 만약 이 세계에 인간관계가 사라진다면 그야말로 우주 공간에는 단 한 사람만 존재하고, 다른 사람이 사라진다면 온갖 고민도 사라질 걸세.


"개인에 국한되는 고민, 이를테면 내면의 고민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아. 어떤 종류의 고민이든 거기에는 반드시 타인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지."


"열등감이란 단어를 현재 통용되는 맥락으로 처음 쓴 사람이 아들러라고 알려져 있네.(..) 아들러는 열등감을 '민더베르티히카이트게퓔(Minder-wertigkeitsgefuhl)'이라고 했네. 독일어로 '가치(Wert)'가 더 적은(minder)' '느낌(Gefuhl)'이라는 뜻이지."


"생각해보니 그렇더군. 체격이 크고 우락부락한 남자는 그 자체로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주지. 하지만 나처럼 체구가 작으면 상대방도 경계심을 풀지. 그렇구나, 과연 체구가 작다는 것은 내게도 주변 사람에게도 괜찮은 일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지. 즉 가치전환을 하게 된 걸세. 이후로는 키에 관해서 더는 고민하지 않았네."


"인간은 무기력한 존재로 이 세상에 태어났네. 그리고 무기력한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보편적인 욕구를 갖고 있지. 아들러는 이를 '우월성 추구'라고 했네."


"만약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열등감을 느끼는 것에 불과하다."


"정말로 자신 있는 사람은 자랑하지 않아. 열등감이 심하니까 자랑하는 걸세.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일부러 과시하려고 하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주위에 누구 한 사람 '이런 나'를 인정해주지 않을까 봐 겁이 나거든. 이는 완벽한 우월 콤플렉스라네."


"내가 나로서 살려고 할 때 경쟁은 필히 방해가 된다네."


"인간관계에서 '나는 옳다'고 확신하는 순간, 권력투쟁에 발을 들이게 되네.(..) 나는 옳다, 즉 상대는 틀렸다. 그렇게 생각한 시점에서 논쟁의 초점은 '주장의 타당성'에서 '인간관계의 문제'로 옮겨가네. 즉 '나는 옳다'는 확신이 '이 사람은 틀렸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그러니까 나는 이겨야 한다'며 승패를 다투게 된다네. 이것은 완벽한 권력투쟁일세."


"아들러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과 심리, 양 측면에서 아주 분명한 목표를 제시했지.(..) 먼저 행동의 목표로는 '자립할 것'과 '사회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것'이라는 두 가지를, 이러한 행동을 뒷받침하는 심리적 목표로는 '내게는 능력이 있다'는 의식을 갖는 것과 그로부터 '사람들은 내 친구다'라는 의식을 갖는 것을 제시했네."


사람들은 내 친구라는 의식을 갖는다는 글귀를 읽었을 때 순간적으로 뇌에 강한 자극이 왔다. 부모님은 늘 내게 세상에 가족말고는 다 적이라는 식의 말을 많이 듣고 자랐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로 호의적인 사람보다 시기·질투에 휩싸여 살고 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내 친구... 나는 이 말을 얼마만큼 믿고 인정하며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생각.

아들러가 말하는 인생의 과제: 일의 과제, 교우의 과제, 사랑의 과제 → "개인이 사회적인 존재로 살고자 할 때 직면할 수밖에 없는 인간관계. 그것이 인생의 과제.


동의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유치한 구석이 있다. 뭔가 새로운 게 있겠지 있겠지 하면서 다 읽게 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