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탄생 99주년
여느 때와 같이 크롬을 여니 오늘의 두들이 뜬다.
박수근 탄생 99주년 기념 로고.
박수근 미술관, 강원도 양구, 2012 ⓒ soo_sound
작년 3월, 강원도 여행을 떠나 돌아오는 길에 양구에 들렸다. 박수근 미술관이 있기 때문이다.
가는 길도 아름다웠지만, 도착한 곳의 조형물과 건축물은 더욱 멋졌다.
아직 공사가 완전히 끝난 것 같진 않아서, 주차장은 질퍽하고 여기저기 건축자재가 있었지만,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딱 봐도 양구와 그의 기념회에서 엄청 정성을 들인 티가 났다. 그리고 미술관을 돌아본 후에는 곳곳에 들인 정성에 놀랄 정도였다.
국내외 곳곳의 미술관을 다녀봤지만, 박수근 미술관은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잘 조성되었다. 제주 이중섭 미술관에 비교하면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이중섭 미술관에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무엇보다 그의 작품이 별로 없다. 공간이 아까울만큼 허하고, 2000원이었던 입장료가 그렇게 아까울 수 없었다. 마치 체코 체스키의 에곤 쉴레 미술관과 흡사한데, 에곤 쉴레 미술관에는 그의 작품은 거의 없고, 복제품만 가득하다. 하지만 1,2층 기획전시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그런 단점이 충분히 보완됐다. 하지만 이중섭 미술관은 정말, 안타깝기 그지 없다.
여담이 길어졌다. 박수근 미술관은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동선을 따라 움직이면 마치 박수근의 삶이 그려지는 것만 같다. 뒷동산 양지 바른 곳에 묻힌 부부의 묘로 가는 길은 특히, 그의 그림 같이, 정적이고 한국적인 풍경을 가지고 있다.
박수근 미술관, 강원도 양구, 2012 ⓒ soo_sound
발 밑에 쌓인 황색 낙엽들의 살결을 느끼며 걸음을 옮기다 보면 그의 그림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도 든다.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인생은 짧지만 예술(테크네, 의술 혹은 과학)은 길다"는 말의 오역 여부를 떠나, 그 말 자체는 참으로 옳다. 예술은 인간이 이룰 수 없는 모든 것들을 가능케 한다. 음악으로 불멸하고, 그림으로 영원히 산다. 그것이 예술이기에, 예술은 신과 같다.
지금쯤 다시 가면 공사가 모두 완공 되어 제 모습을 갖추고 있을 것 같다. 게다가 150점 한정으로 박수근 목판화 전작집을 냈다고 하니, 이번 주말에라도 다녀와야겠다.
박수근 미술관, 강원도 양구, 2012 ⓒ soo_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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