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을 맞추며 팟캐스트를 듣는다.
가장 좋아하는 일 중에 하나다.
황현산 선생님이 출연했고, 미뤘던 책을 꺼내 드는 계기가 됐다.
아프기 시작하면서 치료에 관련된 책 외에는 책을 읽는 것이 매우 힘들다.
사실 치료를 위한 책도 겨우겨우 읽어낼 뿐이다.
그래도 책을 읽고 싶다.
예외적으로 단숨에 읽은 책이 있는데, <우리 딴 얘기하면 좀 안 돼?>와 <라면을 끓이며> 정도.
즐기던 대부분의 것들에 시큰둥하다.
아, 가끔 클래식 공연은 보고 싶다.
하지만 방 밖으로 나가는 일이 너무 힘들다.
병원에 가는 것도 힘들다.
도착하기가 무섭게 읽던 <작은책>도 <녹색평론>도 때론 우편봉투도 뜯지 않은 채, 방 한구석에 쌓여 있다.
수면제를 먹지 않으니 잠 드는 시간은 늦춰진다.
<밤이 선생이다>를 펼친다.
눈에는 들어오지만 머리에는 도통 들어가지 않는다.
잠을 못 자서 정신이 맑지 않은 탓도 있겠지.
문장이 잘 안 읽히는 걸까, 내 머리가 이상한 걸까...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글이 선생님의 넋두리로 끝나는데,
그 소심한 울분이 내게는 너무 크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세상은 바뀌지 않고
제 정신을 유지하려면 스스로의 위안, 정신승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정신승리가, 싫다. 아주.
“나는 아들한테 맞은 격이다. 아들뻘 되는 녀석과는 싸울 필요가 없으니, 나는 정신적으로 패배하지 않은 것이다.”(루쉰, 아큐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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