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아무리 커피를 마셔도 각성 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
술도 커피도 비교적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다.
하루 점심식사 30분 이후, 한 잔.
그거면 충분했다.
업무가 늘수록 커피도 늘었다.
출근하며 한 잔, 점심 먹고 바로 한 잔... 그러다 오후에 또 한 잔.
고상한 애프터눈 티가 아니다.
일을 하기 위해, 살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
과거 노동자에게 커피는 무상제공되었다고 한다.
일 더 열심히 하라고 먹이는 약 같은 것이니까.
오른쪽 눈 떨림은 점점 심해진다.
남들보다 일찍 다초점렌즈를 썼다.
행여 오탈자나 비문이 있나 미간을 찌푸리니 주름은 자꾸 는다.
그럼에도 좋은 책을 만들 수 없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가장 절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