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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준비를 마치고 

급하게 시집 한 권을 집어 나왔다.


"아픈 데는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없다,라고 말하는 순간

말과 말 사이의 삶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물소리가 사무치게 끼어들었다."


이병률 시인의『눈사람 여관』은

촌각을 다투는 출근 시간, 꽤 많은 시집들 중에서도 내 눈 안에 쏙 들어올 만큼

지금의 내 정서에 정합하다.


외롭고 슬프다.

그러나 아무도 없다.

이해해 줄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도.

고통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변치도 않고.



  여행의 역사


  햇살은 얼마나 누구의 편인가


  무사했구나 싶었는데

  떠나는 거였다


  계절이 오나 보다 하는데

  시절이 끝나는 거였다


  아버지, 오셨어요?

  하는데

  아니다, 나가는 길이다

  하신다


  마음먹은 게 아니라

  모두가 마음을 놓고 가는 길이다

 

  시계가 빨리 간다고 했더니

  며칠 전부터 가지 않는 중이라 한다


  꺾어져 비겁한 꽃대들만 밟히는데

  우주의 물고기는 여전히 도착하는 중인가


  어디를 묻는다

  이 방향이 맞나요?

  아니, 지나쳤습니다


  쓸개의 고장이 아니다

  지하에 머물고 있는 것도 아니다

  치고 빠지는 바람처럼


  뒤에서 자꾸 부르는데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공기, 바람, 물... 햇살. 

나의 것이기도 

때론 너의 것이기도 하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마저 나에게 등을 돌린다.


어머니, 언니, 오빠... 아버지.

가족은 내 곁에 있겠지 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떠나고 있다.


어디에 내 맘을 의탁할 수 있을까.

우주의 어디쯤엔 있을까.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없다.




Posted by soo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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